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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폐업감사예배

작성일 : 2005-11-27 조회수 : 2861


폐업감사예배







목회를 하면서 개업예배를 드린 경험은 있어도 폐업예배 드린 경험은 좀처럼 드물 것이다.



사업이 잘되고 건강하고 자녀가 좋은 학교 입학이 될 때에 목사를 불러 감사예배라는 명목으로 예배를 잘 드리던 성도들도 궂은일에는 아예 목사를 부를 생각도 않고 오히려 목사를 피하다가 급기야는 교회도 나오지 않고 신앙조차 내팽개치는 경우가 그 얼마나 많은가. 이 점에 있어서 성도들의 책임을 말하기 전에 목사의 신앙지도에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목사의 무의식 속에 성공은 축복이요 실패는 저주라는 이분법적인 태도가 그들에게 무언의 교육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나님 안에서 실패는 없다. 죽고 사는 문제나 부와 가난의 문제나 병들고 건강의 문제도 하나님 안에서는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꽃다운 나이에 십자가를 지셨다. 우리 성도 가운데서도 한창 일할 나이인데 충성스럽게 일하다가 갑자기 그것도 교통사고나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있다. 죽음과 병과 가난이 하나님의 저주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말씀을 굳게 믿는다. 그 가운데는 실패까지도 선이 될 줄로 믿는 믿음을 포함한다. 평소에 나는 그렇게 강조해 왔다. 그런데 정말 폐업예배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H집사님은 우리교회의 50대중반의 안수집사다. 20여 년 동안 손수 이불을 만들어서 팔던 점포를 정리하고 친척이 운영하는 이불공장의 종업원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어서 폐업을 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페업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막상 폐업예배를 드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니 무슨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부목사님과 권사님 두 분을 모시고 예배 장소에 가 보니 거의 모든 물건들은 정리를 끝낸 상태였고 큰 보퉁이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동안 신용이 있어서 단골들이 남은 물건들을 내 놓으니 순식간에 사 가 버려서 재고처리는 어렵지 않게 잘 했다고 한다.



예배를 드리는데 H집사님과 부인 K권사님의 표정이 어떻게나 진지하든지 오히려 심방대원들이 은혜를 받았다.   아직 결혼 시키지 않은 아들 하나가 남아 있지만 그들의 안중에는 걱정 근심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어려웠던 시절에 이 가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그들의 삶을 책임져 주셨다는 간증을 할 때에는 진한 감동이 밀려오기까지 하였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겁니까라고 물었더니 목사님 그런 것 걱정 안 해요 지금까지도 하나님이 책임져 주셨는데 설마 어떻게 되겠지요.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고 있었다. 아니 내가 이 입장이 되었더라도 저렇게 담담하게 감사하면서 폐업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부끄러웠다. 더욱 나를 감동시킨 것은 문제의 큰 두 보퉁이었다. 하나는 목사님 것, 또 하나는 부목사님 것이라는데 마지막으로 두 목사님께 최고급 솜이불 한 채씩을 선물하고 싶어서 단골들이 팔아라는 성화에도 이미 임자가정해져있다고 하면서 남겨 두었단다. 나는 코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그들의 단단한 믿음과 따뜻한 사랑 때문이었다.   지금껏 드린 어떤 예배보다도 감동과 은혜가 충만한 예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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